Theaster Gates 'Unto Thee', Smart Museum of Art, The University of Chicago, Illinois 23 September 2025 — 22 February 2026 © Theaster Gates. Photo © Sara Pooley.
Theaster Gates
African Still Life
2026년 11월 4일 ~ 12월 18일
화이트 큐브 서울은 조각, 도예, 건축, 퍼포먼스, 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티에스터 게이츠(b. 1973,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국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일본·한국·중국의 도예 전통을 탐구해 온 게이츠는 물질과 공간, 공예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문화적 탐구의 영역으로 다루며, 변형과 의례, 사물이 사회 속에서 맺는 관계에 주목한다.
《아프리카 정물들》은 정물이라는 장르의 관습을 확장하며 게이츠의 도예 작업과 음악 작업이 맺는 관계를 탐구한다. 첫 번째 전시장의 아상블라주 조각이 보여주듯, 정물은 단순히 사물을 배열하는 형식을 넘어 작가의 미적 감수성과 전반적인 작업 세계를 형성한 여러 영향과 원천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작가에 따르면, 아프리카 정물은 미국, 아프리카 및 아시아의 의례 전통에 대한 그의 관심이 ‘복잡하게 뒤얽힌’ 결과다. 그는 이를 두고 ‘그러한 혼재가 (…) 집과 작업실에서 자신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인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프리카 정물은 재료를 선택하고 구성하는 작가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일종의 자화상’이 된다.
전시의 표제작인 <아프리카 정물들 #4>(2026)는 공석(供石, 중국 문인들이 감상용으로 두던 수석), 앤티크 황동 구두닦이용 발받침대, 추모 깃발, 맞춤 제작한 마르지엘라 타비 롤러스케이트 등 다양한 사물을 한데 모은다. 작가가 2023년 디자인한 이 스케이트는 발가락이 갈라진 일본식 신발인 타비와 시카고 흑인 공동체의 롤러스케이팅 전통을 결합한다. 타비는 15세기 일본까지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신발로, 1988년 메종 마르지엘라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 과거와 현재의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아프리카 정물들 #4>는 제단의 구조를 연상시키며 ‘조상들의 세계에 경의를 표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사물들은 ‘직계 후손이나 선조를 대신하거나, 특정 장소를 기리는 표상 또는 시간의 표지가 될 수 있다’.
같은 전시장의 다른 한편에는 벽에 설치된 신작 도자 연작이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재료와 형태에 대한 탐구를 통해 정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확장한다.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된 작품들은 게이츠가 ‘기본적인 시각 언어’라고 부르는 조형 어휘를 형성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정물을 ‘고도화된 드로잉 전략’으로 다룬다. <황금빛 시간대에 멀어지는 구름(Receding Cloud at the Golden Time of Day)>과 <검은 달(Black Moon)>(모두 2026)에서 드러나는 기본적인 형태는 만다라와 불탑 등 불교의 근원적 상징을 환기한다. 이러한 상징에서 기하학은 성스러운 공간과 우주적 질서를 구성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물질의 변형 또한 이 작품들의 핵심이다. 게이츠는 자신의 도자 작업을 ‘가마 내부의 환경이 작품의 표면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관한 연구’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소성을 마친 점토에 대해 ‘유기적인 것은 모두 사라지고 화석만 남는다. 여기에 유약을 입혀 다시 소성하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더 이상 이전의 그것이 아니며, 분자 수준에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고 말한다.
두 번째 전시장에서는 변형의 과정이 흙에서 소리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정물은 프랑스계 베트남인 DJ이자 음반 수집가인 딘 응우옌이 모은 1만 4천여 점의 음반 아카이브, ‘딘 응우옌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청음 공간 설치로 구현된다.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컬렉션이지만, 응우옌은 특히 카리브해 음악, 그중에서도 레위니옹과 모리셔스 섬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한국의 리스닝 바 문화에 착안한 게이츠는 전시실을 ‘깊이 듣기(deep listening)’를 위한 공간으로 전환하고, 관람객이 단순히 ‘미술 작품의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도록 이끈다. 사운드 시스템을 정기적으로 가동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아카이브를 사적인 소장품으로 남겨두지 않고 대중에게 공개하겠다는 응우옌 유족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이로써 게이츠의 설치는 응우옌을 기리는 추모의 장인 동시에 아카이브가 새로운 문화적 생명을 얻는 공간이 된다.
응우옌이 2022년 세상을 떠났을 당시, 프랑스의 상속세 제도에 따른 세금 부담으로 유족이 컬렉션을 계속 소장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러한 법적 틀 안에서 그의 죽음은 컬렉션의 재정적·문화적 가치가 규정되고 이전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아카이브가 이러한 경위로 인수된 과정은 게이츠가 유산을 실질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유산은 사물과 지식, 책임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게이츠에게 아카이브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일은 응우옌의 죽음으로 아카이브가 과거에 묻히는 것을 막고, 새로운 공적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이다. 이는 ‘산 자에서 죽은 자로, 다시 죽은 자에서 산 자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게이츠는 아프리카 정물을 ‘계속 이어지는 찬가’라고 표현한다. 이는 문화적 사물의 배열, 도예의 원초적 공정, 아카이브의 보존과 관리, 소리의 증폭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경의를 표하고, 사물을 다시 모아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 구조다. 점토가 소성 후 화석과 같은 상태를 거쳐 유약과 재소성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듯, 아카이브 역시 삶과 죽음, 그리고 재생의 과정을 거친다. 이처럼 《아프리카 정물들》은 게이츠의 도예와 조각, 사운드 설치를 유산의 계승과 보존, 재생을 위한 실천으로 엮어낸다.
티에스터 게이츠는 1973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났으며, 현재도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개인전과 주요 프로젝트를 선보여 온 그는 시카고 스마트 미술관(2025), 포르투갈 신트라의 알부케르크 재단(2025), 도쿄 모리미술관(2024), 휴스턴 현대미술관(2024), 프랑스 아를의 루마 재단(2024, 2023), 뉴욕 뉴 뮤지엄(2022), 런던 서펜타인 파빌리온(2022), 비엔나 프리드리히 키슬러 재단(2022),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2021),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A, 2021), 상하이 TANK(2021), 상하이 프라다 룽자이(2021), 애틀랜타 스펠먼 칼리지 미술관(2020), 테이트 리버풀(2020),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2019), 미니애폴리스 워커 아트센터(2019),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2019), 파리 팔레 드 도쿄(2019), 밀라노 프라다 재단(2018), 바젤 쿤스트뮤지엄(2018), 하노버 슈프렝겔 미술관(2018),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2017), 토론토 온타리오 미술관(2016), 밀라노 프라다 재단(2016), 오스트리아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2016), 시카고 현대미술관(2013),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2013), 시애틀 미술관(워싱턴주, 2011),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2011), 위스콘신 밀워키 미술관(2010), 미주리 세인트루이스 미술관(2010)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게이츠는 하버드대학교 허친스 아프리카·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센터의 W. E. B. 듀보이스상(2026), 스위스 인스티튜트 특별 공로상(2025),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레전드상(2025), 제39회 세계문화이사회상(2024), 이사무 노구치상(2023), 프리드리히 키슬러 건축·예술상(2021), 영국왕립건축가협회 관련 수상(2021), 세계경제포럼 크리스털상(2020), 도시 개발 분야의 비전가에게 수여하는 J. C. 니콜스상(2018), 내셔 조각상(2018), 슈프렝겔 미술관 쿠르트 슈비터스상(2017), 제6회 아르테스 문디상(2015) 등 다수의 상과 명예 학위를 받았다. 2018년 4월에는 미국 메인주 워터빌에 위치한 콜비 칼리지 런더 미국미술연구소에서 초대 특별 초빙 작가이자 아티스트 이니셔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2020년에는 로마 아메리칸 아카데미의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으며, 2021년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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