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is and Nam June Paik, Seoul (2026)
타키스와 백남준
듀엣
2026년 5월 2일 ~ 6월 5일
화이트 큐브 서울은 선불교, 불확정성, 우연성을 주요 주제로 한 전시 ‘듀엣: 타키스와 백남준’을 선보인다. 그리스 작가 타키스(1925–2019)와 한국의 백남준(1932–2006)의 예술 세계가 교차하며 확장되는 2인전이다.
두 거장이 1979년에 선보인 불협화음 중심의 음악 협업 <듀엣>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과학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20세기 예술의 지형을 뒤바꾼 두 혁신가의 급진적인 실험 정신을 조명한다.
1780년, 이탈리아의 의학자 루이지 갈바니(Luigi Galvani, ‘갈바니즘’은 그의 이름을 딴 이론이다)는 자신이 해부한 개구리로 실험을 하던 중 놀라운 경험을 했다. 금속 받침대 위에 놓인 개구리의 절단된 하지에 메스가 닿은 순간, 개구리의 다리가 경련하며 스파크를 일으킨 것이다. 이때 갈바니는 자신이 생물체에 내재된 ‘동물전기’를 발견했다고 믿었다. 근원적 힘을 파헤치려던 이 시도는 19세기 초의 메리 셸리(Mary Shelley)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당시 스위스에서 휴양 중이던 그녀가 죽은 개구리를 살아 움직이게 한 갈바니의 실험을 글로 접했고, 이후 ‘각성몽(waking dream)’ 상태에서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는 건1 유명한 일화다. 여기서 다시 갈바니의 실험은, 마치 심층 시간(deep time)에서 기원한 전기 펄스가 시공을 초월하듯, 1960년대 백남준의 위험한 음악2과 타키스의 전자기학적 기계들로 이어진다.
그리스에서 태어난 타키스(본명: 파나요티스 바실라키스)는 1950년대 후반에 자성(magnetism)이 조각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금속 물체 탐지 레이더에 사용되는 자기장을 연구하던 중, 그는 자성이 움직임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중력을 교란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물질도 자율성을 가진다는 것은 그의 굳은 신념이 되었으며, 에너지에 대한 그의 집착은 그를 신비주의로 이끌었다. 어떤 면에서 그는 전 우주의 진동을 표상할 수 있는, 자신만의 혼종적 창조물을 추구해 왔다. 타키스는 릴리안 린(Liliane Lijn), 폴 뷔리(Pol Bury), 훌리오 르 파르크(Julio Le Parc), 렌 라이(Len Lye), 장 팅겔리(Jean Tinguely) 등과 함께 키네틱 조각을 하는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파리에서 활동 중이던 1965년에 그는 소리를 발생시키는 조각을 개발하였는데, ‘뮤지컬’(Musicales)이라 명명된 작품은 각기 나무판에 수평으로 팽팽히 당겨진 기타 현과 그 위에 바늘 모양으로 드리워진 가느다란 금속 막대로 구성되었다. 자성으로 움직이는 바늘이 금속 현에 부딪히며 소리를 냈고, 나무판에 내장된 스피커가 소리의 예측 불가능성을 증폭시켰다. 타키스는 음악적 공간을 뜻하는 espace musicales을 만들고 그 안에 여러 버전의 ‘뮤지컬’ 조각을 설치해, 내부로 들어오는 사람을 에워싸는 밀도 높은 소리의 숲을 구현하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리듬을 따르지 않고, 미완성의 근원으로부터 울리는 듯한 ‘날 것의 음악’을 들려준다.
백남준 역시 이러한 거대한 힘을 작업에 끌어들이려는 시도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타키스와 백남준은 여러 공통점을 공유한다. 둘 다 선불교에 관심이 있었고, 도교와 선불교를 탐구하며 듣는 행위의 새 길을 연 음악가 존 케이지를 존경했다. 침묵은 음악을 새롭게 사유하는 방식이었다. 작곡가는 더 이상 음악이 전개되는 모든 과정을 통제할 필요가 없었으며, 우연이 작품의 성격을 형성하는 과정을 시작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철학자 한병철에 따르면 선불교의 비어 있음(空) 혹은 없음(無)은 단순히 존재자를 부정하는 개념도, 허무주의 혹은 회의주의로 귀결되는 표현도 아니며, 오히려 둘은 존재에 대한 최고 긍정으로서 작용한다.3 1949년 열일곱 살 나이의 백남준은 사계절의 절반을 선불교 수도원에서 보냈고, 당시의 경험을 이후 작업에 투영하기도 했다. 1962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선보인 ‘머리를 위한 선’(Zen for Head) 퍼포먼스는 ‘직선을 그린 후 그것을 따라가라’는 한 줄의 지시 사항이 전부인 라 몬테 영(La Monte Young)의 작품 ‘밥 모리스에게 보내는 컴포지션 1960 #10’(Composition 1960 #10 to Bob Morris)을 변주한 것이다. 백남준은 자신의 머리를 먹물에 담가 적신 후, 바닥에 펼쳐둔 종이 위에 머리를 대고 직선을 그리듯 흔적을 남겼다. 그는 수도원에서 지내던 시기에 한 승려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며, 당시의 광경을 작업의 영감으로 삼았다.
1960년대의 타키스 역시 존 케이지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어느 인터뷰에서는 ‘존 케이지는 우연한 소리들조차 음악가처럼 작곡한다’고 평할 정도였다4. 백남준도 케이지의 작업을 통해 그와 비슷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는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의 기술적 완성도를 지켜보며 그것이 자신에게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재료를 완전히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차라리 ‘어리석은(stupid)’ 예술가가 되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백남준은 농담조로 케이지가 그에게 (제임스 본드 식의) ‘살인 면허’를 줬다고 했다. 이는 케이지를 통해 비로소 그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백남준과 타키스는 예술적 기법보다는 아이디어를 중시하였고, 그것을 훼손하지 않고 온전히 구현하는 데 힘썼다. 둘은 과학과 샤머니즘 사이의 어딘가에서 작업하는 도발자였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정치철학자였던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는 1993년에 타키스와 대화 중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의 작품 세계에는 상당한 역설이 존재합니다. 현대적이고 전자적이며 과학적인 정보와 연구에 기반하는 기계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과거를, 심지어 가장 오래된 태고까지도 다시 세우는 도구로 활용되죠.’5 이러한 통찰은 백남준의 ‘텔레비전’이나 ‘준비된 피아노’ 작업에도 유효하다. 급진적인 현대성을 갖추었지만, 민속적 지식과 영매성, 한국의 토속 샤머니즘, 고대 그리스, 이집트학과 우주론과 같은 기존 세계들을 관통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백남준과 타키스의 예술은 보다 보편적인 문제의식에 그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1979년 6월 20일, 백남준과 타키스의 예술 세계가 만나 그들의 차이점과 공통점들이 대면하는 설치 및 퍼포먼스 작품 ‘듀엣’(Duett)이 탄생했다. 독일 쾰른 미술협회(Kölnischer Kunstverein) 미술관에서의 퍼포먼스는 작곡가 클라렌스 발로우(Klarenz Barlow)와 발터 짐머만(Walter Zimmerman)에 의해 녹음되어, 작가의 서명과 번호가 매겨진 200장의 한정판 LP로 발매되었다. 비록 유통 매체는 익숙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음악’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짐머만은 이를 “역설적 사건(paradox event)”이라 불렀다.6 전자음악이나 즉흥 연주를 비롯해 다양한 전위적인 음악 장르에서 선례가 없지는 않았으나, 백남준은 늘 자신이 ‘음악의 존재 형태를 새롭게 해야만 한다’고 강조하였다.7 그 의미는 ‘듀엣’ 음반에서 은연히 드러난다. 그가 피아노와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며 때로 자신에게 말하듯 흥얼거리는 모습은 그리스 정교회의 성가나 글렌 굴드(Glenn Gould)의 그 유명한 무의식적인 콧노래를 연상시킨다. 쇼팽의 ‘왈츠 9번 내림 A장조’로 시작해서 바흐의 ‘인벤션 7번 E단조’로 이어지는 백남준의 연주는 교육받은 흔적이 묻어나면서도 부정확하다. 낭만주의, 바로크, 중세를 빠르게 관통하는 전개는, 음악사의 여러 시대를 하룻밤의 공연으로 압축하는 클래식 음악 콘서트의 구성을 닮았다. 수세기의 예술 양식이 이처럼 한데 뒤섞어 버릴 수 있는 것이라면, 20세기 중반 타키스의 전자기학적 작품들이 자아내는 소음을 음악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백남준은 불안한 연주를 이어가고, 타키스의 조각이 내는 요란한 소음은—서로 개의치 않는 듯 보이지만—건반악기의 선율을 훼방한다.
사실 이 작품이 주는 청각적 경험은 당혹스럽다. 잔향이 감도는 거의 비어 있는 전시장 공간 안에서 하나의 퍼포먼스로 묶여 있음에도, 점점 더 변칙적으로 전개되는 백남준의 연주와 점점 더 간헐적으로 개입하는 타키스의 소리는 서로 평행한 층위를 형성한다. 녹음을 담당했던 짐머만은 당시 극심했던 음량 격차에 관해 ‘타키스의 선박용 프로펠러에 거대한 금속 물체가 떨어져 내는 소리는 대단한 굉음이었고, 이에 반해 하프시코드의 소리는 작고 고와서 자신이 소란스러움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녹음해야 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백남준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사이를 왕복하며 연주해야 했는데, 간간이 흘렀던 침묵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은 사람과 기계의 움직임이 사건의 전개에 영향을 주듯 침묵 또한 그럴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오늘날의 사운드아트 작업에 널리 사용되는 구성요소가 되었다.
인류가 한병철이 지적하듯 부정성, 거리,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지 않는 ‘매끄러운 것들’에8 빠져 있는 이 시대에, 백남준과 타키스가 만들어낸 역동적이지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기 일쑤인 사물들은 미래적이면서도 고대에서 기원한 듯한 자성(magnetism)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이들은 강렬한 물질성의 세계, 사물이 인간의 욕망, 능력, 실체성과 생산적인 방식으로 뒤엉켜 그 자체가 거의 사람처럼 느껴지는 세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몰라볼 정도로 변해버린 미래에서 이들이 일으키는 경련과 스파크는 소란스럽고, 매혹적으로 위험하며, 심지어 기괴하기까지 한 날 것으로 다가온다.
데이비드 투프는 1970년부터 사운드, 듣기, 음악과 사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그의 활동은 즉흥 음악 퍼포먼스, 글쓰기, 워크숍, 전자음향, 필드 레코딩, 전시 기획, 악기 제작, 사운드 아트 설치,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장된다. 그는 Rap Attack(1984), Ocean of Sound(1995), Sinister Resonance(2010), Inflamed Invisible: Writing On Art and Sound(2019), Two-Headed Doctor: Listening for Ghosts in Dr. John’s Gris-gris(2024)를 포함한 아홉 권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1979년에는 데이비드 커닝햄(David Cunningham)의 팝 프로젝트 ‘The Flying Lizards’의 멤버로 잠시 활동했으며, 브라이언 이노의 Obscure 레이블에서 발표한 New and Rediscovered Musical Instruments(1975)와 데이비드 실비언의 Samadhisound 레이블에서 발표한 Sound Body(2006)를 비롯해 Entities Inertias Faint Beings(2016), Apparition Paintings(2021)에 이르기까지 총 14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또한 1978년 아마존에서 야노마미족의 종교와 신앙을 기록한 녹음은 Lost Shadows(2016)라는 제목으로 Sub Rosa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 최근에는 리에 나카지마(Rie Nakajima), 아키오 스즈키(Akio Suzuki), 존 버처(John Butcher), 일레인 미치너(Elaine Mitchener), 헨리 그라임스(Henry Grimes), 시젤 엔드레센(Sidsel Endresen), 루크 파울러(Luke Fowler), 서스턴 무어(Thurston Moore),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등과 협업해왔다. 현재는 부토 무용가 아니아 프세니츠니코바(Ania Psenitsnikova)와 함께 ‘Moreskinsound’라는 듀오로 활동 중이다. 그가 기획한 사운드 아트 전시로는 2000년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열린 이 있다. 현재 그는 런던 예술대학교의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1 Mary Shelley,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introduction by the author), Wordsworth Classics, 1999, p. 4
2 Danger music was a term associated with the Fluxus movement, notably Dick Higgins and Nam June Paik. Both artists devised pieces involving the physical destruction of instruments or, in the case of Paik’s Danger Music for Dick Higgins (1973), instruction pieces involving impossible tasks.
3 Byung-Chul Han, The Philosophy of Zen Buddhism, Polity Press, 2022, p. 32
4 Takis in conversation with Maïten Bouisset, in Guy Brett and Micheal Wellen (eds.), Takis, Tate Publishing, London, 2019, p. 117
5 ‘Takis and Félix Guattari in conversation’, Honey Luard and Elaine Tam (eds.), Companion 4, White Cube, 2024
6 All quotes by Walter Zimmerman in this essay issue from an unpublished exchange with the writer, March 2026.
7 Nam June Paik, ‘Postmusic’, The Monthly Review of the University of Avant-garde Hinduism, Fluxus, 1963.
8 Byung-Chul Han, Saving Beauty, Polity Press, 2018, p. 1
Featured Works
Takis
Kadran light, 1966
Price upon request
Featured Works
Takis
Isidos Plant, 1988
Price upon request
© Takis Foundation/ADAGP, Paris and DACS, London 2026. © Nam June Paik Estate. Photo © Lothar Schnepf/ Kölnischer Kunstverein
About the Artists
Takis & Nam June Paik, Duett, 1979, Cologne.
© Rhenish Archive for Artists' Legacies, estate of Dietmar Schneider.
Nam June Paik (1932–2006) was a pioneering artist widely regarded as the “father of video art”. Paik studied aesthetics at the University of Tokyo from 1952-56, History of Music at Munich University (1956-57) and Composition at Freiburg Conservatory, Germany (1956-58). Solo exhibitions of his work have been held at the Nam June Paik Art Center, South Korea (2025-26); Bass Museum of Art, Miami Beach, Florida (2023); The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2021); Tate Modern, London (2019-20);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Washington, DC (2012);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2006); and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1982). His work was also featured in signification international exhibitions including the Venice Biennale (where he represented Germany in 1993 and won the Golden Lion) and documenta 6 (1977) and documenta 8 (1987) in Kassel, Germany.
Since the 1960s, Takis (1925–2019) has participated in numerous international exhibitions, including Documenta in Kassel, Germany (1977 and 2017); the Venice Biennale (1995); and the Paris Biennale, where he was awarded first prize 1985. More recently, his work was featured in important solo exhibitions at the Basil & Elise Goulandris Foundation, Athens and Andros Island, Greece (2025); Stavros Niarchos Foundation Cultural Centre (SNFCC), Kallithea, Greece (2021); MACBA Museu d’Art Contemporani de Barcelona (2019); Tate Modern, London (2019); Palais de Tokyo, Paris (2015); and the Menil Collection, Houston (2015).
Among the museums holding his works are the Centre Pompidou, Paris; MoMA, New York; the Menil Collection, Houston; Tate, London; and Peggy Guggenheim Collection, Venice. In 1987 Takis completed Foret Lumineuse (Luminous Forest), a 39-part installation in the Esplanade de La Défense, Paris and the city’s biggest public art commission.
Takis, Espace Interieur, 1957. Photo © Martha Rocher Archive, Rome.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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