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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ou Li, Seoul (2025)

저우 리

2025년 6월 26일 ~ 8월 9일

날짜

2025년 6월 26일 ~ 8월 9일

위치

화이트 큐브 서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6

저우 리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에서 ‘꽃’이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자연의 순환성과 만물의 상호연결성을 탐구한다.

다채로운 꽃잎의 색감부터 가늘지만 강인한 수술에 이르기까지, 꽃은 저우 리에게 존재의 변형과 순환, 그리고 시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흐름을 사유하는 매개가 된다.

이번 전시에는 미술평론가 구나연의 비평문 「하나의 꽃, 하나의 세계」가 함께 소개된다. 이 글은 저우리의 회화가 동서양의 예술 사조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탐색하며, ‘존재들’이 본래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일체성’ 에 대한 인식을 작가의 회화가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저우 리(Zhou Li) - 하나의 꽃, 하나의 세계
구나연(미술평론가)

중국 송대의 문인이자 화가인 소동파(蘇東坡)는 회화의 목적이 대상에 대한 사실적 재현이 아닌 생각을 표현하는 사의(寫意), 즉 화가의 서정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서구 추상회화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미술사적 과정을 거치며 회화의 형식적 요소와 개별적 주관의 결합으로 등장한 것에 비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는 정신의 표현이라는 오랜 문인화적 전통을 토대로 하고 있다. 세계에 대한 사실적 재현으로는 채울 수 없는 예술적 충동이 추상으로 심화된 서구 모더니즘과 달리, 동아시아의 회화는 대상의 사실성 여부와 무관하게, 예술가의 철학적 개념을 전개하기 위한 포괄적인 지식의 도구였다. 따라서 이러한 동서양의 미술사적 차이와 접점 위에서 자신의 예술을 구축해 온 화가들은 보다 견고하고 유연한 회화적 어휘를 지니게 마련이다.

저우 리(Zhou Li, 周力)는 이러한 동서양의 미술사적 차이와 접점 위에서 자신의 예술을 구축해 온 동시대의 중요한 화가이다. 그녀의 아버지와 형제는 중국의 전통적 예술인이었고, 이는 그녀의 성장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후 그녀는 1995년부터 2003년까지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거주하면서 추상회화를 본격적으로 접하였고, 미술사의 거시적 전개를 풍부히 이해하게 되었다.1 그녀의 회화와 마주할 때, 우리가 느끼게 되는 시각적 풍요는 동서양 회화의 육중한 역사적 지층과 형식 언어의 창의적 해석과 관련된다. 또한 그녀의 회화가 지닌 시적 정서는 그 표현 방식과 더불어 화가의 심연에 자리한 사유에서 기인한다. 자연에 대한 그녀의 철학과 회화적 질료가 결합되어 주조해 내는 비옥한 “정신적 자유”는 동서양의 역사, 재현과 추상의 역동적인 틈에서 과감하게 발휘된다.

저우 리는 “물질이 형태에 제약 받지 않고, 경계가 없으며, 무한히 열려 있어, 자연이 곧 ‘나’가 된다”고 말한다.2 스스로 자연을 깊이 포용하고, 또한 자신을 자연에 오롯이 맡기며 나타나는 에너지는 그녀가 구사하는 색채와 필선, 변화와 조응을 생성한다. 그리고 이렇게 자아와 거대한 세계의 관계를 화가 자신의 성찰적 대상으로 삼을 때, 자연의 빛과 자아의 빛이 교차하며 만드는 희망이 그녀의 회화 속에 나타난다. 팬데믹 시기에 그녀는 이러한 희망에 대한 더욱 강렬한 희구를 느꼈다고 한다. 그녀에게 희망은 곧 빛이며, 그것은 매일 우리가 자연으로부터 경험하는 생명의 순간순간을 가리키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창작을 “창문 가운데 서 있기”에 비유한다. “자아와 영혼, 인간과 자연, 자신과 타인, 나아가 가벼움과 무거움, 비움과 채움과 같은 관계의 중간”에 섰을 때에 비로소 감각되는 강렬한 긴장과 이완이 그녀의 모든 작업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녀의 회화에서 자연은 미지의 만물에서부터 자신의 마음 안에서 진동하는 작은 변화까지를 모두 아우른다. 그녀는 자신과 세계가 통하는 창문의 가운데 서서, 밖으로 보이는 광활한 우주와 자기 자신만이 감지할 수 있는 작은 순간의 변화에 이르는 모든 것을 동일한 순간 속에 융합한다. 자연의 근원적 본성과 초월적 시간의 화합이라는 그녀의 회화적 진술은 동서의 역사를 가로지르고, 모두 다른 시대와 지리를 넘어서 나타나는 이미지의 빛에 초점을 맞춘다. 그 빛은 자연의 순리 가운데에서 발하는 희망이라는 도덕이다.

이번 <하나의 꽃, 하나의 세계>(One Flower, One World)에서 저우 리는 “꽃 속의 세계(The world in a flower)” 시리즈를 통해 이 희망의 빛을 하나의 꽃 속에 투영한다. 때가 되면 싱그럽게 피어나 처연히 시드는 꽃은 그녀에게 곧 “우주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3 꽃은 그 고유한 생멸 안에서, 또 다른 생명체를 부르며 바람에 한들거리고 그 안에 움트는 섭리의 관능을 품고 있다. 햇빛 아래 풍성해진 분홍의 꽃잎과 대기로 퍼지는 싱그러운 향기가 따듯한 색채의 음향이 되어 섞인다. 그러다 꽃이 피었던 자리에는 새로운 잎과 열매가 이어 나고, 어느새 계절이 바뀌면 모든 것이 숨죽이며 다음의 개화를 재촉한다. 마치 우주의 순리와 지구의 생태를 축도하는 듯한 식물의 역동은 저우 리의 회화에서 모든 생명을 지탱하는 본원적 호흡을 쥔 붓질로 피어나 “꽃 속의 세계” 로 이어진다. 그리고 끊임없는 순환을 함축한 자연 존재의 미학과 숭고는 캔버스 위에 생동하는 변화(metamorphosis)로 합일된다.

은 저우 리가 꽃으로 목도한 변화, 즉 시간의 운동과 생명의 깊이를 보여준다. 붓의 궤적이 투명하게 교차하며 만들어지는 붉은 색채의 층위는 원초적인 자연의 농밀한 변화를 거대한 위의 총체적 순간으로 응집한다. 꽃이라는 대상은 광대한 풍경과 같은 정서로 현현하여 우리로 하여금 자연적 윤회의 파동과 공명을 경험하게 한다. 움트는 듯한 유연한 색채의 리듬은 그녀가 “부드럽고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설명한 분홍색으로 밝은 빛을 환대하며 움직인다. 그녀에게 분홍색은 “부드러울 뿐 아니라 힘으로 가득 차 있으며, 새벽의 부드러운 빛을 수도, 타오르는 불꽃의 강렬함일 수도 있으며, 피어나는 꽃과 멀리 떨어진 성운의 별빛 모두의 빛”이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이 분홍의 정의는 시리즈에 그대로 반영된다. 그것은 꽃잎의 부드러움 속에 깃든 빛의 강인한 힘이며, 가녀린 꽃술 속에 자리잡고 있는 단단한 생명력이다. 이것은 투명하고 역동적으로 교차하는 분홍색의 붓질로 채워진 표면 위에서 그 색채의 조화가 품은 희망의 빛으로 현현한다.


이러한 희망과 빛의 색채는 둔황 석굴의 벽화와 로마 폼페이 프레스코의 색채를 분석하여 다양한 안료를 혼합하는 저우 리만의 팔레트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녀의 색채는 "다양한 기질(substrate) 층에 있는 안료의 효과와 다양한 매체들과 혼합되었을 때 나타나는 특징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이다. 저우 리는 "어둠이 있고 빛이 있듯이, 안료는 광석과 같은 침전물이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캔버스에 광물성 안료를 겹겹 사용하여 마치 캔버스에 시간을 퇴적시키듯 표현한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집요한 색채 실험을 통해, 수천 년을 이어지며 현재에 도달한 동서양 벽화의 질료적이며 미학적인 조화의 기원이 그녀의 회화 속에 이식된다. 예컨대 오각형의 세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로 제작된 <벽화(Murals)>는 고대의 벽화가 품은 불변성과 영원성의 상태를 자신의 회화로 견인하려는 시도이다. 온화하고 섬세하면서도 직관적으로 빠르게 오고 간 색채의 집적은 꽃이 품은 다채로운 생멸에 내재한 자연의 생동감을 보여준다. 고대 벽화에 깃든 종교적인 초월성과 광물 질료가 지닌 불멸의 견고함을 품고, 이와 동시에 꽃의 유한한 현존과 그에 깃든 자연의 무한한 순환의 논리가 대형 캔버스 위에 어우러진다. 이것은 바슐라르가 『물과 꿈』의 서문에서 말한 생장하는 질료의 내밀한 상상력과 시적 충실성을 지닌 것으로, 저우 리가 회화적 질료를 통해 드러내는 시간의 흐름과 그 본질에 대한 사유를 짐작케 한다.

또한 화면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점과 선의 이미지는 서예의 정신성을 지닌 채 우리의 시선으로 파고든다. 그것은 서체의 묵적(墨跡)이 지닌 심상을 드러내면서, 중국 전통 수묵화의 강력한 응집력을 갖는다. 이에 대해 큐레이터 루 밍쥔(Lu Mingjun)은 저우 리가 실제로 수년간 서예를 자신의 수행(daily activities)과 같이 해 오고 있으며, 그녀에게 서예의 붓놀림은 캔버스 위의 선들과 유사한 몸짓을 공유한다고 말한다. 동아시아 서예에서의 지, 필, 묵은 곧 회화의 도구이기도 하며, 서체에서 비롯된 선적인 요소는 모더니즘 회화를 한층 더 직관적이며 급진적인 방향으로 이끈 역사적 전례가 있다. 전위서(前衛書)의 표현주의적 경향이 서구의 추상회화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듯, 저우 리의 회화에서 점과 선은 조화로운 색채의 향연 속에서 긴장감 넘치는 화가의 신체와 운동의 역동적 축으로 작동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또 하나의 시리즈인 <만다라>(Mandala)는 “꽃 속의 세계”에 반영된 우주의 질서를 이야기한다. 우주의 빛과 어둠이 꽃의 외양과 습성으로 집약되어 하나가 된 화면에서 “창문 가운데 서 있는” 저우 리의 내면적 수행과 외재적 에너지를 드러난다. 티베트 불교에서 우주 순환의 '중심'(encircles a center)과 ‘본질’을 의미하는 ‘만다라’에는 우주에서 자아에 이르는 완전한 연결에 관한 사유가 담긴다. 셩 리우(Sheng Liyu) 박사는 「저우 리: 사계(Zhou Li: Four Season)」라는 글에서 저우 리가 2023년 티베트 라싸(Lhasa)에 머물렀던 일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어서 리우 박사는 저우 리가 라싸의 린즈(Linzhi)시 고도의 풍경과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종국에는 자아에 대한 "변증법적" 관점에 대한 영적인 출발을 경험하였다고 말한다. 이것은 "나와 우리", "자아와 모든 대상", "하나와 만물"에 대한 변증법적 탐구이며, 이러한 불교적 사색은 앞서 말한 비옥한 "정신적 자유"의 경지, 즉 "자연이 곧 '나'"가 되는 열린 상태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4

따라서 저우 리에게 시간은 순간 속에 영원이 드러나는 것이며, 공간은 꽃잎 속에 만물이 기거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와 우주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으로, 모든 존재를 투영한 형이상학적 질문을 토대로 한다. 어쩌면 우리들 역시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꽃 속의 세계”일지 모른다. 우리는 우주의 기원적 질료를 통해 여전히 육체와 정신을 이어가고 있으며, 자연과 합체하고 공생하며 거대한 우주의 현재가 지닌 운율에 동화한다. 저우 리가 “꽃은 우주의 반영”이라고 한 것도 모든 만물 하나하나에 모든 만물이 서로 깃드는 조화가 자연의 논리와 섭리 안에서 반짝이는 신성한 희망의 빛이기 때문이다.5 꽃의 생멸과 같이, 우리의 유한한 시간도 하나의 꽃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저우 리의 말처럼, 우주라는 "영원의 리듬"을 따르는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창조와 소멸, 변화와 회귀에서 발현되는 자연의 빛과 그에 깃든 안식을 마주할 때, 그것은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강한 희망의 이미지가 된다. 그렇기에 저우 리의 회화적 서사는 우리의 모든 순간에 깃든 심오한 가치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철학이자 희망의 시학과 같다.


구나연(b.1976)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 평론가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이론과 예술학을 공부했으며, 2008년부터 동아시아 현대미술에 관한 저술 및 전후 일본미술에 대한 연구를 병행해오고 있다. 현재 국민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1 Pui Yin Tong, "A gaze form the world in the window", Zhou Li, White Cube, 2019.
2 Zhou Li, "L’EAU ET LES RÊVES —La Bleu J'adoré," 11. Feb. 2022 in Zhou Li, Berlin: Hatje Cantz Verlag GmbH, 2024, 247-249.
3 Zhou Li, "One Flower, One World," 10 March 2025. 저우 리는 이 작가 노트에서 "꽃은 우주의 반영이다. 하나의 꽃은 또한 완전한 세상이다"라고 말한다.
4 Zhou Li, "One Flower, One World," 10 March 2025. 저우 리는 이번 전시에 관한 작가 노트에서 "나의 작업은 내면의 자아, 인간과 자연, 인간과 타인, 그리고 "빛과 무거움", "비움과 충만한"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오랜 과정이다"라고 설명한다.
5 같은 글.

전시 전경

주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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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Portrait of Zhou Li
Photo © ZL ARTSTUDIO

저우 리는 1969년 중국 후난성에서 태어나 현재 선전(Shenzhen)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광저우 미술학원(Guangzhou Academy of Fine Arts)에서 유화를 전공하였으며, 1991년 졸업 후 1995년 프랑스로 이주해 2003년까지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2015년에는 중산 대학(Sun Yat-sen University) 산하 예술문화혁신발전연구센터(Centre of Research on Artistic and Cultural Innovation and Development) 내 추상 및 현대미술연구소(Institute of Abstraction and Contemporary Arts) 디렉터로 임명되었으며, 2012년부터는 광저우 미술학원 유화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외에도 선전미술원(Shenzhen Art Academies) 레지던스 작가, 선전 대학(Shenzhen University) 초빙교수, 선전공항 예술 자문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2019년에는 광저우 미술학원 유화과 제5작업실 디렉터 및 핑산 아트 뮤지엄(Pingshan Art Museum) 학술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개인전으로는 (2024, Jebum-gang Art Center, 티베트), (2022, Château La Coste, 프랑스), (2017, Yuz Museum, 상하이), (2017, Hive Center for Contemporary Art, 베이징) 등이 있으며, 주요 단체전으로는 (2018, Jing’an Sculpture Park, 상하이), (2016, 화이트 큐브, 런던), (2015, 이탈리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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